제4장
정말 그녀와 닮았다!
이도준의 얼음장 같은 시선이 그 차에 단단히 고정된 채, 아주 미세하게 좁혀졌다.
“대표님, 위치 추적 결과, 대상이 아주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저 차였다. 이도준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명령을 내렸다.
“추격해.”
방금 전의 그 뒷모습이, 바로 그 여자라는 강렬한 예감이 들었다.
차 안에서 박희수는 절친인 최아라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희수야, 무슨 일이야?”
“아라야, 나 일단 Y국으로 돌아가야겠어.”
“뭐? Y국으로 돌아간다고? 너 이제 막 돌아왔잖아. 왜? 무슨 일 있어?” 최아라가 초조하게 물었다.
박희수는 방금 있었던 일을 최아라에게 전부 설명했다.
최아라는 다 듣고 나서 연달아 경악을 금치 못했다. “우리 아가들 진짜 천재네. 시후, 유리 잘했어. 이 이모가 응원한다.”
박희수는 진땀을 뺐다.
“희수야, 너 언제 갈 생각이야?”
“최대한 빨리. 오늘이면 더 좋고. 절대로 그 사람한테 애들을 보여줄 순 없어.” 그녀는 마음이 몹시 불안했다. 이도준이 자신을 봤고, 곧 뒤쫓아 올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희수야, 너 이제 막 돌아왔잖아. 임 원장님이 그렇게 큰 대가를 치르고 널 스카우트해 왔는데, 지금 가버리면 그분이 화나서 Y국까지 쫓아가 널 묶어 오는 거 아니야?”
“그럴지도. 하지만 아주 안 돌아온다는 건 아니야. 애들 윤결 씨한테 보내서 잠시 피신시켰다가 다시 돌아올 거야.”
어차피 귀국해서 일하기로 결정했고, 임정민 원장님께 병원 입사도 약속했으니 쉽게 떠날 생각은 없었다.
이 소동이 잠잠해지면 다시 두 아이를 데려올 생각이었다.
“알았어. 애들 둘 데리고 다니니 조심하고.” 전화기 너머로 최아라는 박희수에게 서둘러 몇 마디 당부를 더 했다.
전화를 끊은 후, 박희수는 뒷좌석의 박시후에게 휴대폰을 건넸다. “시후야, 엄마 비행기 표 좀 예매해 줘. 윤결 아저씨 댁에 며칠 가 있어야겠어.”
“Y국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시후는 고개를 숙인 채 노트북을 조작하며 운전하는 박희수보다 더 바빴다. 방금 한순간의 방심으로 그들에게 위치를 들키고 말았다. 다행히 지금이라도 발견해서 즉시 차단하고 교란 신호를 보내는 중이었다.
“응.” 박희수는 두 아이가 덩달아 긴장할까 봐 최대한 태연한 척했다. “윤결 아저씨가 너희 보고 싶다고 하신 지 오래됐잖아.”
“와, 윤결 아저씨한테 갈 수 있다. 유리 너무 신나.” 그러다 유리는 손가락을 깨물며 알 수 없다는 듯 박희수를 보고 물었다. “그런데 엄마, 아빠가 많이 무서워요? 왜 아빠를 피해야 해요?”
박희수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녀의 눈동자에 어두운 그림자가 스쳤다. “그건 엄마가 유리가 좀 더 크면 말해 줘도 될까?”
박희수는 시후와 유리가 자신들이 아빠가 원하지 않았던 아이라는 사실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유리는 엄마가 아빠 얘기를 꺼내면 슬퍼한다는 걸 알기에, 입맛을 다시며 얌전히 더는 묻지 않았다. “네, 그럼요.”
박희수는 룸미러로 시시때때로 뒤를 살피며 뒤쫓아 오는 사람이 있을까 봐 전전긍긍했다.
“엄마, 가장 빠른 비행기 표는 내일 아침 일곱 시 반이에요.”
박희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걸로 해.”
지금은 저녁 일곱 시. 아직 열 몇 시간이 남아 있었다. 박희수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쏜살같이 집으로 돌아가 허둥지둥 옷 몇 벌을 챙겼다. 다음 날, 혹시라도 밤사이에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단 일 분도 지체할 수 없었다.
공항에 도착한 박희수는 두 아이와 자신 모두에게 마스크를 씌워준 뒤, 아이들을 데리고 보안 검색대로 향했다. 길게 늘어선 줄이 드디어 자신들의 차례가 되자 박희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피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건 알지만, 아직은 두 아이를 데리고 이도준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이도준의 성격상, 과거에 그의 뜻을 거스르고 말도 없이 출국해 도망친 자신을 절대로 그냥 두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이 씨 가문 같은 재벌가는 자신의 자손이 밖에서 떠도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터였다.
이 두 아이는 그녀의 목숨이었다. 아이들을 잃을 수는 없었다.
자신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지만, 두 아이만큼은 그 누구도 상처 입히게 둘 수 없었다.
박희수는 손을 꼭 잡고 있는 시후와 유리를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그녀의 마음은 더없이 확고해졌고, 지난날의 결정을 결코 후회하지 않았다.
“엄마, 윤결 아저씨 댁에 가면, 유리는 다시 돌아올 수 있어요?”
유리는 이곳을 떠나기가 조금 아쉬웠다.
박희수는 유리의 마음을 알아채고 부드럽게 웃었다. “유리, 우리 아가, 여기가 좋아?”
“좋아요. 여기엔 유리 친구도 있고, 이모도 있고, 그리고….” 아빠도! 유리는 손가락을 깨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박희수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아이가 말은 안 해도, 두 아이 모두 아버지를 갈망하고 있다는 것을 박희수는 알고 있었다. 아빠와 엄마가 모두 곁에 있길 바라지 않는 아이는 없었다.
박희수는 몸을 숙여 유리와 시후를 끌어안았다. 그녀가 아이들에게 부성애를 느끼게 해 줄 방법은 없었지만, 대신 배로 사랑해 줄 것이다.
박희수의 기분이 가라앉은 것을 눈치챈 유리가 박희수를 꼭 껴안았다. “엄마, 유리는 엄마만 있으면 돼요.”
“시후도 엄마만 있으면 돼요.” 시후도 박희수를 와락 껴안으며 조금이라도 더 위로를 건네고 싶어 했다.
박희수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이 두 아이가 있으니, 자신은 얼마나 행운아인가!
“우리 아가들 걱정 마. 며칠 뒤에 엄마가 꼭 다시 데리러 올게.”
그러나 바로 그때, 공항 입구에 검은색 고급 세단 한 줄이 나란히 멈춰 섰다. 선두에 선 롤스로이스에서 한 남자의 훤칠한 실루엣이 차 안에서 걸어 나왔다.
남자의 수려한 얼굴은 굳어 있었고, 칠흑 같은 두 눈동자는 먹물처럼 짙어 풀리지 않는 냉기가 서려 있었다.
그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기가 공항 로비 전체를 휘감았고, 뒤따르던 검은 옷의 경호원들은 즉시 흩어져 융단 폭격식 수색을 시작했다.
이번에야말로, 절대로 그 여자를 또 놓치지 않을 것이다!
“시후야, 유리야, 이제 곧 비행기 탈 시간이야.”
“와, 유리는 곧 윤결 아저씨를 만날 수 있겠다.”
탑승권을 확인하고, 시후와 유리는 손을 잡고 깡충깡충 뛰며 앞서 걸어갔다.
박희수는 흐뭇한 미소로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이 아이들은 비행기를 탈 때면 항상 신이 나곤 했다. 그녀는 자신의 신분증을 돌려받았다. 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커다란 손 하나가 그녀의 손을 그대로 낚아챘다.
뒤이어 싸늘하고 나직한 목소리가, 너무나 익숙하게 그녀의 귓가에 울렸다.
“박희수, 또 어디로 도망가려고.”
